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맥아더공원 르포] 재단장 보다 마약·노숙자 해결이 먼저

LA한인타운 인근의 ‘맥아더 공원’은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베이프, 주사 바늘, 초점 잃은 눈빛의 노숙자들은 이곳의 실상을 암묵적으로 대변한다.     지난 9일 캐런 배스 LA시장 등이 이곳을 바꿔놓겠다고 공언했다. 300만 달러를 들여 이곳을 재단장하겠다는 ‘맥아더 공원 재연결(Reconnecting MacArthur Park)’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본지 7월10일자 A-3면〉   관련기사 [LA시 재단장 프로젝트 공개] 맥아더공원에 300만불 투입…효과는 글쎄 지금 맥아더 공원의 사람들은 재단장을 반신반의한다. 이곳이 다시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시 정부는 적나라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변화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로젝트 계획 발표 다음 날인 10일 직접 현장을 찾아가 맥아더 공원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10일 오전 11시, 맥아더 공원 옆 윌셔 불러바드와 알바라도 스트리트 인근에 차를 댔다.   카메라를 꺼내자마자 여기저기서 욕설이 귓가를 때린다. 욕설을 내뱉는 이들의 눈빛은 초점이 없다. 정신 질환을 앓는 노숙자이거나 마약에 취한 것이 틀림없다.   조금이라도 그늘이 드리운 곳에는 어김없이 노숙자가 있다. 윌셔길 주변에만 50여명 정도가 맨바닥에 누워있다.     조심스레 공원 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여섯명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손에는 저마다 담배처럼 생긴 긴 모양의 은박지를 들고 있다. 주변에는 부탄가스, 라이터 등이 널브러져 있다. 그중 한명은 허리를 구부린 채 경직된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때문이다.   이곳의 현실은 되돌이표다. 지난 2021년 당시 길 세디요 시의원도 150만 달러를 투입, 공원 보수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효과는 미미했다.   시 정부가 고용한 용역 업체 직원 마퀴스(29)는 현재 공원 앞 4칸짜리 임시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마퀴스는 “2021년에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변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잔디 조금 교체하고 쥐 없어진 것밖에는 체감되는 게 없다”며 “보다시피 이곳의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맥아더 장군의 이름을 딴 이곳은 한인사회도 유대감을 갖는 곳이다. 지난 2017년 한인들이 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 주변으로 무궁화 나무 50그루를 심었다.   무궁화봉사회 회원 10여명은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마다 이곳에 나와 무궁화를 관리했었다. 요즘은 시 정부로부터 당분간 관리를 중단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한은 없다.   이 단체 장응용 전 회장은 “이곳이 얼마 전부터 마약 단속 지역으로 지정됐고, 너무 위험해지다 보니 이제는 대낮에 가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주변 도로부터 개선한다는데 가장 시급하고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아야 할 건 그 부분이 아니라 노숙자와 마약”이라고 꼬집었다.   공원을 걷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바닥엔 주사 바늘, 콘돔 등이 그대로 버려져 있다.   공원 주변의 노점상들을 지나 바로 옆 작은 골목으로 향했다. 알바라도 스트리트와 웨스트레이크 애비뉴 사이다. 공식적인 길 이름도 없다. 암암리에 ‘LA 좀비 골목’으로만 불린다. 이곳엔 펜타닐 중독자들이 몰려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인분, 쓰레기 등의 냄새가 뒤섞인 악취가 마구 코를 찌른다. 대략 30명 정도다. 대부분 펜타닐 중독 탓에 구부정한 자세로 멈춰있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좀비처럼 걷는 마약 중독자가 눈에 띈다. 야구 배트를 들고 노려보는 노숙자도 있다.   이 골목 인근에서 20년간 치킨집을 운영해온 데이비드 김 사장은 “공원 재단장은 정부의 전시 행정일 뿐 효과가 없는 일”이라며 “2021년에 재단장을 한 뒤 오히려 마약 중독자와 노숙자가 몰리면서 치안만 더 나빠졌다”고 하소연했다.   공원 내 놀이터는 의미가 무색하다. 낮인데도 아이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백인 여성 브릿제(37)는 7가 인근에서 예술 관련 비영리단체를 운영 중이다.   그는 “공원과 주변 지역을 좋게 만든다고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다”라며 “시정부는 그 돈으로 태스크포스부터 구성해서 마약, 노숙자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공원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아더공원은 멀리서 보면 평화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암울하다. 주민들은 그 괴리를 좁힐 수 있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   ━       ☞맥아더 공원은   LA도심 속에서 인간에게 자연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할리우드의 황금기가 시작됐던 1920년대부터 LA시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주변의 극장, 호텔, 식당 등과 함께 LA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공원이다. 앤젤리노들의 ‘정신(soul)’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리처드 해리스가 불렀던 ‘맥아더 파크’는 1968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명성을 얻은 계기였다. LA역사 문화 유적 100호로 지정(1972년)된 것도 이때쯤이다. 맥아더공원이 어그러진 건 70년대 중반부터다. 갱단 간 알력 등으로 슬럼화되면서 쉼터는 어느새 마약, 매춘 등 범죄의 온상이 됐다. 맥아더 공원은 그렇게 시들어갔다. 이곳에 다시 생기가 돌면 LA도 숨을 쉴 수 있다. 정윤재·최준호 기자맥아더 공원 좀비 마약 펜타닐 LA 로스앤젤레스 앤젤리노 미주중앙일보 캐런 배스 마약 노숙자 르포

2024-07-10

가주 ‘좀비 마약(동물 진정제 자일라진)’ 대책 부심

가주 보건 및 수사 당국이 ‘좀비 마약’의 가주 확산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좀비 마약은 강력한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을 일컫는 말이다. 일명 ‘트랜크(tranq)’로 통하는 자일라진 그 자체는 통제 물질이 아니지만, 펜타닐과 혼합되면 치명적인 반응과 부작용으로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펜타닐의 효과는 헤로인을 비롯한 다른 마약에 비해 짧지만, 자일라진을 섞으면 그 효과가 헤로인과 비슷할 정도로 길고 강력해진다.   문제는 자일라진의 호흡 제한 효과 때문에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일라진은 펜타닐 과용에 대응하기 위한 날록손 같은 약품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좀비 마약의 또 다른 위험성은 주사로 반복해서 투입하면 살과 근육에 괴사가 발생하고,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절단해야 할 상황에 이른다는 것이다.   좀비 마약은 처음 뉴욕,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북동부 지역에서 유행했지만, 지난해 6월엔 전국 36개 주에서 유통되는 마약에서 자일라진이 검출될 정도로 확산했다.   가주 당국도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4명의 체내에서 자일라진이 검출됐다는 검시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건 분야 전문 매체 KFF 헬스뉴스에 따르면 이미 LA와 샌타클래라, 샌호아킨 카운티에서도 마약에서 자일라진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됐다.   새크라멘토 비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은 헬스뉴스를 인용, 가주 보건 당국이 자일라진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의 마약에서 자일라진을 검출할 수 있는 검사 키트를 배포하고, 자일라진을 통제 물질로 분류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지만 아직 가주 전체를 모니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공공보건국 인구행동보건부 제프리 홈 국장은 “자일라진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줄이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북동부처럼 ‘좀비 거리’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A카운티 공공보건국 시다스 퓨리 의료 부국장은 확보된 데이터가 별로 없지만 자일라진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LA카운티 셰리프국은 최근 자일라진 확산 현황 추적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지미 파네타 연방하원의원(몬터레이)은 자일라진을 통제 물질로 분류하기 위한 법안을 지난 3월 발의했다. 박경은 기자진정제 좀비 좀비 마약 동물 진정제 좀비 거리

2023-07-04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